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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4월18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피서지인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평화회의(AA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가한 29개국 대표가 의견 대립을 보이자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 그러니까 참가국들의 의견이 맞는 것은 받아들이되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남겨 두자고 제안했다. 결국 참가국들은 공동선언문인 반둥 10 원칙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훗날 중국 외교정책으로 자리잡은 구동존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큰 공통점에도 작은 상이점이 있고, 큰 상이점에도 작은 공통점이 있다. 문제점이나 갈등에만 매달린다면 서로 갖고 있는 공동의 이익을 놓친다는 것이다.    

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갖가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의는 2012년 5월 베이징 제 5차 회의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2012년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선언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롯해 우경화 행보를 하면서 일본 침략 역사를 미화했다. 그러면 이번 정상회의는 어떻게 다시 열리게 되었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북아 3개국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 한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의 축인 만큼 아베 총리도 국내외적으로 관계 개선을 하라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었다. 중국도 주변외교의 핵심인 일본과 거리두기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2014년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야치 쇼타로 일본 안전보장국장이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과 만나 중일관계 개선을 위한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이 결과로 아베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우리도 그동안 한일관계 핵심인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아베 총리가 미온적인게 걸리지만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인 일본과의 관계를 마냥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선 것도 이번 회담 재개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회의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관건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저 만나는 것에만 의미를 둘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가 있는지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행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나 재정지원을 선뜻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도 역사문제에 대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단번에 실마리가 풀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그동안 불편한 관계였던 이웃나라끼리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공통 관심사와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일 세나라를 합치면 경제력만 보더라도 엄청나다. 인구와 경제 총량과 대외무역총액, 대외투자총액은 세계 20%를 차지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는 세계 47%, 아시아 경제 총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세나라간 무역 총액 681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것은 중국이 유럽, 또는 미국과의 무역액을 넘어설만큼 많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만 되면 엄청난 시장이 생길 수 있다. 일본은 그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집중한 나머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3자 정상회의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타결된다면 가뜩이나 주춤한 아시아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중일 세나라는 경제협력은 활발하지만 외교 안보 분야의 모순과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아시안 패러독스(역설)>이다. 남중국해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 여파로 아베 총리가 리커창 총리에게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주최국인 우리로서는 최악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다. 세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둘 수 있다.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과없이 만나기만 하면 뭘 하느냐는 국내여론이 만만찮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만나서 대화를 통해 풀어보는 것도 좋다. 저우언라이 총리의 구동존이라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일 세나라는 공동이익을 위해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만나서 풀어야 한다. 물론 회의 한번으로 엃히고 설킨 문제를 모두 풀 수는 없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먼저하고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뒤로 미루자. 공동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자.

 

Posted by 홍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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